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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화 광장 과학 플러스
단위와 드보라 수
정준우 집사
정시언 어린이
저는 과학자입니다. 하지만 과학의 한자 고작 45%만 채우고 비행기가 이륙하게
가 뜻하는 바를 고민해 본 것은, 오래되지 되었습니다. 비행 중 연료가 떨어진 비행
않았습니다. 과학(科學)의 ‘과’는 벼 화 기는 엔진이 꺼진 채 종이비행기처럼 ‘활
(禾)와 말 두(斗)를 합쳐서 만들었습니다. 공’을 해야 했습니다. 다행히 아무도 다치
부피를 측정하는 단위인 ‘말’로 곡물의 지 않았고 심지어 조금 부서진 비행기도
양을 측정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요. 고쳐서 퇴역 때까지 썼다고 합니다.
엿장수 마음대로 달라지는 한 움큼으로
그 양을 어림잡는 것은 과학이 아닙니다.
과학은 뭔가를 측정하고, 측정값은 숫자
로 표현되고, 이 측정값은 180센티미터
나 70킬로그램과 같은 단위를 가집니다.
단위가 생략되거나 모호한 숫자는 쓸모
가 없거나 위험하기까지 합니다.
요즘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는 낮 최고
기온이 30도는 우습게 넘습니다. 미국은
좀 나을까요? 뉴욕은 무려 90도에 육박
합니다! 걱정하지 마십시오. 화씨 90도를 단위의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셨으리
이야기하는 것으로, 우리의 섭씨 32도 정 라 생각합니다. 하지만, 과학에서는 단위
도에 해당합니다. 미국만 이상한 단위를 없는 숫자도 유용할 때가 있습니다.
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. 저희도 30평을 서로 다른 현상에서도 공통된 원리가 적
99제곱미터로 부르는 것이 아직도 익숙 용된다는 것이 물리 법칙의 보편성인데,
하지 않습니다.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단위
단위의 혼동은 우주선을 폭발시키고 비 없는 숫자입니다. 예를 들어보겠습니다.
행기도 떨어뜨렸습니다. 김리 글라이더 액체는 흐르고, 고체는 모양을 유지한 채
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1983년의 에어캐 버팁니다. 하지만 고체 같던 물질도 아주
나다 비행기 사고가 있습니다. 그날따라 오랫동안 관찰한다면 액체처럼 흐를 수
하필 자동 연료계가 고장 났고, 수동으 로 있고, 액체도 아주 빠르게 민다면 고체처
연료를 채울 때 단위를 헷갈려 연료를 럼 버틸 수 있습니다.